[리뷰] ‘파리, 13구’, 흑백 도시 속 네 남녀가 보여주는 '형형색색'의 사랑

영화/예술 / 임가을 기자 / 2022-05-10 14:33:44
▲ 사진 : 찬란

 

영화 ‘파리, 13구’는 화려함 속에 가려진 외로운 도시 파리 13구 지역에서 자유로운 삶을 사는 네 남녀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사랑을 그린 로맨스 드라마. 그래픽 노블 작가 에이드리언 토미네의 [킬링 앤 다잉], [앰버 스위트]와 [하와이안 겟어웨이]까지 총 세 가지 단편 만화를 각색해 영화로 제작했다. 그 중 [킬링 앤 다잉]은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즈가 베스트셀러로 선정하기도 했다.

‘파리, 13구’는 자크 오디아르 감독과 셀린 디아마 감독의 합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영화 ‘위선적 영웅’, ‘예언자’, ‘디판’ 등을 연출한 자크 오디아르 감독은 영화 ‘러스트 앤 본’에 이어 국내 개봉 기준 9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워터 릴리스’, ‘톰보이’, ‘걸후드’ 등을 연출한 셀린 디아마 감독은 ‘파리, 13구’의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 사진 : 찬란

 

‘파리, 13’구의 원제는 ‘Les Olympiades’로 파리 13구 한복판의 고층 건물이 즐비한 동네를 지칭한다. 이국적이고, 활기가 넘치는 동네인 파리 13구는 유럽에서 가장 큰 아시아 타운이라 불릴 정도로 사회, 문화적으로 다양성이 풍부한 곳이다.

전작을 통해서 꾸준히 파리의 모습을 담아왔던 자크 오디아르 감독은 파리가 카메라로 담기엔 지나치게 정비되어 있고, 다양한 풍경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양한 문화가 혼재되어 있는 파리의 ‘13 구역’은 달랐다. 파리 13 구역에서 성장통을 겪는 영화 속 캐릭터들은 다양한 배경과 문화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모든 젊은이들의 모습을 상징한다.

 

▲ 사진 : 찬란

 

이에 자크 오디아르 감독은 “이 도시에 사는 등장인물이 성취감을 얻고, 성적인 면에서는 정체성을 깨닫고 쟁취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파리 13 구역을 촬영지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전했다. 또한 흑백 촬영을 선택해, 파리라는 도시의 보편적인 이미지에 변화를 주면서도 영화 속 네 남녀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감정에 몰입하게 했다.

‘파리 13구’는 프랑스의 네 배우가 각각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노에미 멜랑, 루시 장, 마키타 삼바, 제니 베스가 그 주인공이다.

우선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통해 익숙한 노에미 멜랑이 두번째로 셀린 디아마 감독과 합을 맞춘다. 두려웠던 사랑을 통해 스스로가 얼마나 빛나는 사람인지 배워가는 ‘노라’ 역으로 분한 노에미 멜랑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상처 입지만 이후 새로운 인연들을 통해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섬세히 그려나갔다.
 

▲ 사진 : 찬란

 

‘파리 13구’를 통해 데뷔한 루시 장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흔들리는 청춘 ‘에밀리’ 역을 맡았다. 파리에서 자라 불어와 중국어를 교차로 사용하는 ‘에밀리’는 자기감정에 누구보다 솔직하며 만남 어플에서 만난 상대와 쉽게 동침하는 자유로운 사람이다. 루시 장은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매력으로 ‘에밀리’를 연기해 관객을 사로잡는다.

‘에밀리’와 룸메이트 생활을 하면서 ‘노라’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카미유’ 역은 마키타 삼바가 맡았다. 마키타 삼바는 자유로운 연애를 추구하는 ‘카미유’의 내면을 입체적으로 표현해냈다. 마지막으로 베일에 쌓여있는 온라인 성판매 여성, ‘앰버 스위트’는 제니 베스가 맡았다. ‘앰버 스위트’는 ‘노라’와 깊게 연관된 인물로 영화 속에서 ‘노라’와의 독특한 관계성을 보여준다.

 

▲ 사진 : 찬란


영화 ‘파리, 13구’는 사람 사이에서 오가는 감정과 그 감정을 나누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다루고 있다. 

 

명확히 챕터를 나누지 않았음에도 부드럽게 이야기의 초점이 넘어가는 흐름이 편안하다. 또한 선정적인 장면이 자주 등장하지만 자극적이며 에로틱한 분위기를 띠지 않는다. 수없이 등장하는 베드신은 네 남녀가 어떤 감정을 갖고, 어떤 모양의 관계를 맺게 되는지 보여주는데 필요한 수단일 뿐, 영화의 중심이 되지는 않는다.

영화에 등장하는 네 남녀 모두 전형적인 한국인의 입장에서 관찰한다면 독특하다 말할 수 밖에 없는 인물들이다. 심히 개방적이고 부담스럽다 느껴질 수 있는 인물들의 행보는 한국의 정서와 다소 거리가 멀어 등장인물의 주변 환경과 심정에 완벽히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영화는 외롭고 결핍된 인물들이 사랑을 하며 느끼는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국적을 불문하고 모두가 느낄 수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영화는 문화적 차이로 인한 거리감을 상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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