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을 알면 골프가 보인다] 그냥 칠까 다시 칠까...‘언플레이어블’ 선언의 딜레마

기획/칼럼 / 최지현 / 2019-06-27 16:58:55

골프 경기에서 경기도중 공이 덤불사이나 나무, OB(아웃오브바운스)구역에 들어갔을 경우, 플레이어는 그 상태로 치던지 '언플레이어블'을 선언, 일정한 장소에 공을 다시 놓고 샷을 하는 것으로 구제를 받는다. 물론 벌타라는 대가가 따른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우승의 기회를 가진 선수 입장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나무에 걸린 김인경의 공(사진: jtbc 골프 중계화면 캡쳐)

 

지난 4월 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인스퍼레이션' 최종라운드 당시 김인경은 공동 2위로 6언더파로 단독 선두 고진영을 3타차로 바짝 추격 중이었다. 

 

그러나 11번 홀(파5홀)에서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며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11번홀은 버디를 낚아야 하는 비교적 쉬운 롱홀이었다. 

 

그러나 김인경은 이 홀에서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쪽 러프에 떨어졌고, 세컨샷은 설상가상으로 공이 나무에 박히는 결과로 이어졌다. 얽히고 설킨 나무 가지 사이에서 자신의 공을 확인한 김인경은 그 아래에서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고 5타 만에 그린에 오른 뒤 투 퍼트로 마무리 하며 2타를 잃었다. 


결국 김인경은 역전 우승에서 무너져 내리며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로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아리야 주타누간(태국)도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다. 

 

그는 올해 3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고 우승경쟁에서 멀어진 것.

이민지와 함께 챔피언 조에서 경기한 주타누간은 당시 공동 선두 박성현과 이민지를 1타 차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13번 홀(파 5홀)에서 치명적인 실수가 나왔다. 두 번째 샷이 나무 밑으로 쏙 들어가버린 것. 주타누간은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한 뒤 네 번째 샷을 시도했으나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어려운 어프로치 샷을 남긴 주타누간은 더블보기로 홀아웃 했고, 연이어 보기를 기록하며 우승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선수들은 이런 상황까지 모두 고려해 신중하게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해야 한다. 그래서 자기의 볼이 언플레이어블인지 아닌지는 선수 자신이 유일한 판단자이며, 워터해저드 등 페널티 구역을 제외한 코스의 어떠한 곳에서도 언플레이어블 선언을 할 수 있다.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지 않고 경기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헤이즐타인 내셔널골프클럽 16번 홀 전경(사진: jtbc골프 중계화면 캡쳐)


지난 23일(현지시간) 끝난 메이저대회 KPMG여자PGA챔피언십이 열린 미국 미네소타주 헤이즐타인 내셔널골프클럽 16번 홀은 이 클럽의 ‘시그니처 홀’이다.

현역시절 메이저대회 두 차례 우승 경험이 있는 조니 밀러(미국)는 이 16번 홀을 두고 “파4홀 중에 가장 어려운 홀”이라고 꼽기도 했다. 페어웨이가 좁고 긴데다가 오른쪽엔 호수, 왼쪽엔 개울을 끼고 있어 공략하기 어렵기로 유명하다.

380야드로 설정된 이 홀은 페어웨이가 워낙 좁은데다 코스가 오른쪽으로 살짝 굽어있는 형태라 공이 오른쪽 러프나 호수로 빠지기 쉽다. 때문에 고진영, 박성현 등 한국선수들은 주로 공격적인 샷 대신 페어웨이를 목표로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보여줬다.

그러나 크리스티 커(미국)는 달랐다. 그는 16번 홀에서 공격적인 티샷을 날렸고, 커의 공은 오른쪽 러프로 빠졌다. 앞에는 울창한 나무가 버티고 있어 시야 확보가 어려웠고, 풀은 발목까지 자란 상태였다.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만약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했다면 커는 앞서 쳤던 곳으로 되돌아가서 공을 다시 치거나 공이 있던 곳의 2클럽 이내에서 드롭한 후 경기할 수 있다. 또는 공이 있던 곳과 홀을 직선으로 연결한 선상의 후방에서 드롭 후 샷을 하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커는 낮은 샷을 시도해 그린 근처로 공을 떨어뜨렸고, 보기로 홀아웃 했다.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는 대신 과감한 시도를 감행해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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