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정유미 "젠더갈등 다룬 게 아니라 휴식 같은 영화에요"

문화예술 / 연합뉴스 / 2019-10-17 16:41:15

목이 늘어진 티셔츠, 후줄근한 트레이닝복, 뒤로 대충 묶은 머리. 열심히 아이를 돌보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지만, 해 질 녘 창밖을 보면 왠지 모를 공허함에 가슴이 쿵 내려앉는 지영을 보고 누군가는 자신의 현재 모습을, 혹은 미래의 자신을 투영할지 모른다. 엄마, 자매, 친구들이 떠올라 가슴 한편이 저릿해질 수도 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김도영 감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을 담는다. 영화의 울림이 큰 것은 현실에 발을 내디딘 이야기 자체의 힘도 있지만, 배우 정유미(36)의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현실 연기가 뒷받침된 덕분이다.

16일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유미는 "그동안 단독 주연인 영화는 부담스러워 주인공이 '떼'로 나오는 작품들을 주로 선택했는데, 이 영화는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유미는 '염력'(2018), '더 테이블'(2017), '부산행'(2016) 등에 출연했다.

 

"제가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또 배우로서도 '왜 쟤가 주인공을 해?'라는 말을 듣지 않을 정도의 시간이 된 것 같았죠."

정유미와 김지영은 비슷한 연배지만, 출산과 육아, 회사 생활 등은 정유미가 모두 겪어보지 못한 일들이다. 그는 "경험해보지 않은 일을 경험한 것처럼 보여주는 게 제 일"이라면서 "시나리오가 탄탄했지만 제가 표현하기 어려운 장면은 원작 소설의 해당 단락을 찾아보며 기도하는 심정으로 찬찬히 읽어봤다"고 떠올렸다.

정유미는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엄마,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며 "가슴이 몽글거리는 느낌이 들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제가 그동안 엄마한테 너무 무심해서인지, 이 영화를 엄마와 함께 볼 용기가 나지는 않네요."

 

그는 영화 속 공감했던 장면으로 지영에게 사람들이 '맘충'이라고 욕하자 '저에 대해 뭘 안다고 함부로 이야기하세요'라고 반박하는 대목을 꼽았다.

정유미는 사실 이 영화 출연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 SNS 등에서 온갖 악플에 시달렸다. 원작이 페미니즘 소설로 여겨지는 까닭에 남성 중심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정유미는 악플에 대해 "너무 황당하고 놀랍다"면서 "연예인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서글퍼서 오히려 웃음이 난다"고 했다.

원작 소설과 영화를 둘러싼 '젠더 이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 정도로 이슈가 될 줄은 예상도 못 했어요. 너무 논란이 커지니까 오히려 현실감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래도 이 영화로 (젠더) 갈등이 커지면 너무 슬플 것 같아요. 소설도, 영화도 갈등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정유미는 그러면서 "이 영화는 나와 내 주변을 둘러보며 내가 어디에 살고 있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관객들이 쉬어갈 수 있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정유미는 '도가니' '부산행'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 '절친' 공유와 세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그는 "영화 속에서 부부로 나오지만 사실 함께 촬영한 장면은 많지 않다"면서 "(공유와는) 서로 성격도 알고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서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작품 이야기를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동료가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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