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눈] 거짓과 방사능으로 오염된 도쿄올림픽, 구경만 할 때가 아니다

기획/칼럼 / 임재훈 기자 / 2019-08-07 16:21:08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 국가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국내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일본에 대한 대응카드 가운데 하나로 내년 일본 도쿄에서 개최되는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을 보이콧 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재앙적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 원전 부근에서 올림픽 일부 종목이 치러지고,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농수산물 가운데 후쿠시마산이 포함될 것이란 사실이 전해지면서 선수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라고는 하나 실제적으로는 일본과 한국의 경제 전쟁에 활용할 카드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린 이야기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도쿄올림픽을 통해 대지진의 후유증을 완전히 극복하고 발전해 가는 일본의 오늘을 홍보하기 위해 잔뜩 벼르고 있는 일본에게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국가이면서 세계 10대 스포츠 강국으로 꼽히는 한국이 올림픽을 보이콧하는 사태가 실제로 벌어진다면 아베 정부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한편에서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 4년을 기다려온 올림픽에 나서기 위해 훈련에 매진해 온 선수들을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올림픽 보이콧은 적절치 않은 방안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도쿄 올림픽에 대한 보이콧 주장이나 그에 대한 반론 모두 일리가 있는 이야기들이다.

특히 오랜 기간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온 선수들을 생각하면 스포츠 외적인 이유로 타의에 의해 올림픽 출전의 꿈이 막히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본의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도쿄올림픽에 선수들을 무방비 상태로 출전시키는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일이 될 수 있다.

최근 한 언론에 따르면 2020 도쿄올림픽 야구 개막전과 소프트볼 예선 6경기가 치러지는 후쿠시마현 아즈마 스타디움 관중석에서 직선 거리로 불과 243m 떨어진 곳에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긁어낸 방사능 오염토가 쌓여있다.

아즈마 스타디움 역시 방사능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67㎞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내년 올림픽 경기를 위해 경기장을 찾는 선수들이나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 모두 방사능에 피폭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여기에다. 후쿠시마 지역은 도쿄 올림픽 성화 봉송 코스로도 일찌감치 지정된 상황이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8주기(3월11일)에 즈음해 드론 등을 이용한 후쿠시마 현지조사를 실시하고 보고서를 만들었는데 이에 따르면 2017년 3월 피난 지시가 해제된 후쿠시마현 주변 지역이 향후 수십 년간 국제 권고 일반인 연간 방사능 피폭 한도인 1밀리시버트(mSv)를 크게 초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또한 보고서에서 일본 정부가 저선량 방사선 피폭(연간 1~5mSv)이 암을 비롯한 건강상 위험을 초래한다는 과학적 증거를 무시하는 것은 물론 위험의 최전선에 있는 제염노동자와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권고한 여러 방사선 방호 대책을 계속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 네이션'이라는 매체는 최근 '후쿠시마는 올림픽을 치르기에 안전한가?' 라는 제목의 심층 보도에서 후쿠시마의 경우 방사능 수치가 최고 3.77mSv로 안전기준보다 무려 16배나 높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방사능 피폭 안전 기준을 멋대로 올려 ‘안전’을 강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엔인권이사회는 후쿠시마 지역으로 어린이와 가임기 여성을 포함한 피난민을 복귀시켜선 안 된다는 입장과 함께 아베 정부가 자국의 피폭허용 기준을 세계 기준의 무려 20배로 올려 놓은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아베 정부는 이 같은 목소리에 침묵 내지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3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완전히 통제대로 있다고 홍보해 결국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지만 최근 여러 조사를 통해 당시 아베의 말이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아베 정권은 여기에서 한술 더 떠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식탁에 올리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쯤 되면 올림픽 출전을 준비하는 선수들은 물론이거니와 선수들을 일본으로 보내는 선수들의 가족들 모두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는 정치, 경제는 경제, 스포츠는 스포츠’라며 현 정치 상황과 올림픽이라는 스포츠 교류를 별개로 놓고 봐야 한다는 원칙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선수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실재하는 현 상황에서 도쿄 올림픽에 대한 보이콧 논의는 결코 쓸데 없는 짓이 아니다.

여기서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의 꿈을 보호하면서 도쿄 올림픽을 둘러싼 아베 정권의 거짓말을 부각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테면 후쿠시마 원전 부근에 위치한 경기장에서 치를 예정인 야구와 소프트볼 등을 포함해 도쿄 올림픽에서 개최될 종목의 일부를 한국에서 치르는 방안과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이 올림픽 선수촌 식탁을 포함해 선수들이 있는 어떤 곳에서도 식탁에 오를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IOC에 제시하고 국제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다.

올림픽 개최지의 사정에 따라 다른 국가의 도시에서 올림픽을 분산해서 치르는 문제에 대해 현재의 IOC는 열린 입장을 가지고 있다.

방사능 피폭의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도쿄 올림픽의 현 상황을 감안하면 서울과 부산 등 한국의 주요 도시에서 올림픽의 일부 종목을 개최해 선수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운다면 국제적인 여론이 조성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방사능에 대한 우려에 세계 각국 선수단이 도쿄 올림픽 개막 직전까지 한국 등 일본 주변 지역에서 적응훈련을 마친 뒤 최대한 늦게 도쿄에 입성하는 계획을 잡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예 일부 종목을 한국의 경기장에서 치르게 된다면 외국의 선수단에게도 희소식이 될 수 있다.

여기에다 IOC를 통해 후쿠시마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을 선수들의 식탁에 올리지 않도록 하는 요구를 관철 시킬 수 있다면 아베 정권에는 작지 않은 타격을 입히면서 선수들의 안전 역시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올림픽 정신과 그 올림픽 정신을 녹여낸 올림픽 헌장에 비추어 볼 때 태평양전쟁의 전범국으로서 전쟁 당시 강제 징용, 종군 위안부, 마루타 부대를 이용한 생체 실험 등 천인공노할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도 단 한 번도 진정성 있는 책임 인정도, 반성도, 사과도 없는 일본은 애당초 올림픽을 개최할 자격이 미달인 국가다.

대규모 원전 사고로 올림픽 개최 지역의 방사능 오염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안전’을 강변하며 올림픽을 유치한 행태도 올림픽 헌장을 더럽힌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현 시점에서 최선은 IOC가 도쿄올림픽 개최를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올림픽 일부 종목의 한국 개최와 후쿠시마 농수산물의 올림픽 유입 봉쇄 카드를 꺼내 국제적인 여론전과 IOC에 대한 설득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민간 차원에서 그리고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인 움직임만 보여줄 수 있다면 일본을 상대로 명분과 실리에서 모두 유리한 싸움을 펼칠 수 있다.

아베 정부가 거짓과 방사능으로 오염된 올림픽으로 올림픽 역사를 더럽히는 것을 강 건너 불 보듯 구경만 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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