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눈] 웃으며 돌아선 임영희, 모두를 울린 맏언니의 품격

기획/칼럼 / 임재훈 기자 / 2019-03-19 00:43:48

18일 오후 '우리은행 2018-2019 여자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린 아산 이순신 체육관.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리고 용인 삼성생명이 '디펜딩 챔피언' 아산 우리은행을 꺾고 챔피언 결정전 진출이 확정된 직후 양팀 선수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는 순간 눈길을 사로잡는 한 장면이 있었다. 

 

▲경기 직후 임영희(가운데)가 배혜윤(왼쪽)과 박하나(오른쪽)를 안아주고 있다(사진: WKBL) 

 

우리은행의 '맏언니' 임영희가 방금 전까지 치열하게 맞붙었던 삼성생명의 두 주축 선수 배혜윤과 박하나를 꼭 안아주는 장면이었다. 잠시 두 선수를 안고 있던 임영희는 잠시후 우리은행 선수들 쪽으로 향하면서 박하나와 배혜윤을 향해 '축하해'라는 인사를 건넸다. 

 

임영희가 현역 은퇴 경기가 된 이날 경기 직후 보여준 현역 선수로서 마지막 모습이었다. 

 

여자 프로농구 사상 전인미답의 600경기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뒤로 하고 팀의 7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위해 플레이오프에 나선 임영희는 끝내 챔피언 결정전 무대를 밟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게 됐다. 

 

하지만 임영희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세 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이날 3차전에서는 팀의 에이스이자 후배인 박혜진이 컨디션 난조로 코트를 들락날락 하는 가운데서도 공수에 걸쳐 팀의 중심을 잡아가며 승부를 접전으로 이끌었다. 

 

공격에서는 전매특허인 원 드리블 점퍼를 수 차례 정확히 성공시켰고, 모니크 빌링스를 비롯한 동료들에게 멋진 어시스트를 연결하는가 하면 수비에서는 삼성생명의 어린 후배들과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고 혼신의 경기를 펼쳤다. 경기 초반에는 골밑에서 배혜윤의 오펜스 파울성 바디 체크를 받고 코트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분전에도 불구하고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실패했지만 임영희는 울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팀의 주축 선수인 배혜윤과 박하나를 따뜻한 미소와 함께 안아주는 품격을 보여줬다. 

 

임영희는 그렇게 웃으며 담담하게 돌아섰지만 그런 그의 모습은 위성우 감독도, 삼성생명의 박하나도 울렸다. 그리고 그를 지켜보는 수 많은 사람들을 울렸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임영희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드러내며 뜨거운 눈물을 쏟았고, 박하나 역시 기자회견에서 신세계 시절 임영희와 같은 팀에 몸 담았던 인연과 추억을 떠올리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이제 더 이상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누비는 임영희의 모습은 볼 수 없겠지만 이날 임영희가 보여준 맏언니의 품격은 두고두고 농구팬들에게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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